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맹지 낙찰받았더니 펜스로 길을 막았다 — 대법원은 누구 손을 들어줬을까? (주위토지통행권 2024다287080)
| 박철호의 경매TV 칼럼 · 대법원 판결 읽기
맹지 낙찰받았더니 펜스로 길을 막았다 주위토지통행권(민법 제219조) · 대법원 2025. 7. 18. 선고 2024다287080 판결 |
| ▶ 영상으로 보기 (박철호의 경매TV, 16분) |
경매·공매로 나오는 토지 가운데 상당수는 진입로가 없는 맹지입니다. 맹지는 유찰이 거듭돼 최저가가 크게 내려가기 때문에 의외로 낙찰받는 분이 많습니다. 문제는 낙찰 이후입니다. 내 땅에 들어가려면 결국 남의 땅을 지나야 하는데, 그 땅 주인 입장에서는 허락도 없이, 돈도 내지 않고 내 땅을 밟고 다니니 기분이 좋을 리 없습니다.
그렇다면 이웃 토지 주인이 "내 땅으로 다니지 마!"라며 펜스를 쳐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? 실제로 이런 분쟁이 소송으로 번져 1심 → 항소심 → 대법원까지 판결이 두 번이나 뒤집힌 사건이 있습니다. 판결문 흐름을 따라가 보겠습니다.
1. 사건 개요 – 경매로 산 맹지, 그리고 펜스
- 원고(낙찰자): 2020년 12월, 경기 광주시의 밭(전, 약 1,041㎡)을 강제경매로 낙찰받았습니다. 공로(공공 도로)와 바로 연결되지 않는 맹지였습니다.
- 피고(이웃 토지 소유자): 맹지와 공로 사이에 있는 밭(약 640㎡)과 도로(약 165㎡, 공유지분)의 소유자입니다.
- 분쟁: 낙찰자는 피고 토지 한쪽을 지나 맹지에 드나들며 수박·두릅을 길렀습니다. 그런데 2021년 8월 피고가 펜스를 설치하고 "개인 사유지이므로 주인 승낙 없이 모든 통행을 금한다"는 안내판을 붙였습니다.
- 소송: 낙찰자는 폭 1m, 면적 약 34㎡의 통행로에 대한 주위토지통행권 확인, 펜스 철거, 통행 방해 금지, 그리고 수박을 제때 수확하지 못한 손해 16만 4,000원의 배상을 청구했습니다.
📖 민법 제219조(주위토지통행권) 핵심
어느 토지와 공로 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어, 주위 토지를 통행하지 않으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경우, 그 토지 소유자는 주위 토지를 통행할 수 있습니다. 다만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택해야 하고,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는 보상해야 합니다.
2. 1심 – 낙찰자 승소 "펜스 철거하라"
피고는 "우리 땅을 지나지 않아도 돌아가는 길이 있다"고 주장했습니다. 그러나 1심(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1가단409045)은 우회로를 꼼꼼히 따져 본 뒤 낙찰자 손을 들어줬습니다.
- 하천 옆 둑길 약 30m는 포장이 안 돼 흙·돌·나무뿌리가 드러나 있고, 하천 쪽으로 기울어 사람 통행도 어렵다.
- 그 뒤 맹지까지 이어지는 약 76m 구간은 잡초가 우거지고 배수로로 움푹 파인 곳이 있어, 사람은 지나가도 농작물·장비 운반에는 지장이 있다.
- 게다가 소유자가 서로 다른 여러 필지를 차례로 지나야 해 분쟁 소지가 크다.
👉 결론: 주위토지통행권 인정, 펜스 철거 및 통행 방해 금지. 다만 수박 손해배상은 증거 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.
3. 항소심 – 판결이 뒤집히다 "돌아서 다녀라"
피고가 항소하자 항소심은 1심을 취소하고 낙찰자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. 주요 근거는 이렇습니다.
- 시가 하천 옆에 폭 1m 정도의 시멘트 포장 둑길을 설치했으니, 둑길과 그 끝의 임야를 지나면 맹지에 갈 수 있다.
- 임야에 경사·배수로가 있지만 피해 다닐 수 있고, 피고 토지도 경사·배수로 사정은 비슷하다.
- 피고 토지는 매실·오디·두릅·산딸기·블루베리를 심은 농지라, 통행로로 쓰면 피고 손해가 크다.
- 임야 소유자들이 통행을 막은 사정도 없고, 잡목 제거 등 통로 개설 비용이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다.
👉 낙찰자로서는 날벼락입니다. 농기계도 못 들어가는 울퉁불퉁한 길을 짐을 지고 빙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. 낙찰자는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.
4. 대법원 – 다시 뒤집다 "통행권 인정해야"
대법원(2024다287080, 2025. 7. 18. 선고)은 "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"며 원심판결을 파기·환송했습니다. 먼저 법리를 분명히 했습니다.
주위토지통행권은 공로에 전혀 출입할 수 없는 경우뿐 아니라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경우에도 인정되고, 이미 통로가 있더라도 그 통로가 토지 용도에 맞지 않아 실제로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인정된다. 이는 토지 이용 목적, 당사자의 이해관계 등 여러 사정을 두루 살펴 판단해야 한다.
그리고 이 사건에서는 우회로가 통로로서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봤습니다.
- 짧고 부담이 적다: 피고 토지를 지나는 통행로는 폭 1m, 길이 약 35m로, 토지 한쪽 경계를 따라 나 있다.
- 우회로는 길고 험하다: 둑길 끝에서 임야를 지나야 하는데 경사가 심하고 배수로로 파인 구간이 있어, 사람은 다녀도 농작물·장비 운반은 어렵다. 최단 거리로도 76m에 이른다.
- 여러 소유자의 땅: 우회로는 소유자가 각기 다른 세 필지를 지나야 한다.
- 통행로로 쓰인 적 없음: 우회로 쪽 임야가 통행로로 쓰였다는 자료도 없다.
👉 결국 피고 토지의 통행로가 피고에게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이라는 것입니다. 또 펜스 철거 청구와 통행권 확인 청구는 함께 판단되어야 하는 관계라고 보았습니다. 통행을 허락하면서 펜스를 그대로 두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니까요.
5. 한눈에 보는 세 번의 판결
| 구분 | 결과 | 핵심 판단 |
|---|---|---|
| 1심 | 낙찰자 승소 | 우회로는 농작물·장비 운반이 어렵고 소유자가 여럿 → 통행권 인정, 펜스 철거 |
| 항소심 | 낙찰자 패소 | 포장 둑길과 임야로 돌아갈 수 있고, 피고 토지는 과수 농지 → 통행권 부정 |
| 대법원 | 파기환송 (낙찰자 쪽) |
기존 통로가 있어도 기능을 못 하면 통행권 인정 → 35m 통행로가 손해가 가장 적은 방법 |
6. 경매·공매 투자자가 꼭 알아야 할 포인트
우리 민법과 판례는 맹지 소유자에게 비교적 폭넓게 주위토지통행권을 인정하는 편입니다. 돌아갈 길이 있더라도 그 길로 사람이나 농기계가 다니기 불편하다면, 더 가깝고 원활한 이웃 토지를 통행로로 인정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의미입니다. 맹지를 낙찰받았더라도 통행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세요.
- 통행로 후보: 공로까지 가장 짧고 이웃 피해가 적은 경로는 어디인지, 지적도와 현장으로 확인하세요.
- 우회로 상태: 대체 경로가 있다면 실제로 사람·농기계·차량이 다닐 수 있는지(경사, 배수로, 포장 여부, 길이)를 사진으로 남겨 두세요.
- 소유자 수: 통행로가 몇 필지, 몇 명의 땅을 지나는지 확인하세요.
- 최소한으로 청구: 통행권은 필요한 범위에서만 인정되므로, 폭과 면적을 최소한으로 잡는 것이 유리합니다(이 사건은 폭 1m, 약 34㎡).
- 보상 의무: 통행권이 인정되더라도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는 보상해야 합니다.
- 건축은 별개: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됐다고 해서 건축허가에 필요한 도로가 확보되는 것은 아닙니다. 건축 목적이라면 도로 요건을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.
※ 이 칼럼은 박철호의 경매TV 영상 내용을 바탕으로 판결의 흐름을 정리한 것으로,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. 구체적인 사안은 판결문 원문과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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